외부 인사가 NHK 회장을 맡는 것은 1988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인사는 다른 면에서도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다.
후쿠치 내정자는 1957년 아사히맥주에 입사해 영업으로 잔뼈가 굵어진 철저한 현장주의 경영자다. 그는 기린맥주가 48년간 독점했던 맥주 및 발포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사장 취임 2년 만인 2001년 빼앗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그와 강경개혁론자인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후지필름홀딩스 사장) 경영위원장의 관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통상 NHK 회장 인사에는 여당인 자민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만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고모리 위원장의 작품으로 불린다.
후쿠치 내정자와 고모리 위원장은 1987년 미국 기업을 시찰하러 방미했을 때 한방을 썼을 만큼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향후 NHK 개혁에서 갖는 의미는 하시모토 회장을 비롯한 NHK 현 집행부와 고모리 위원장의 관계를 되짚어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모리 위원장은 9월 NHK 집행부가 보고한 차기 경영 5개년 계획이 미흡하다며 퇴짜를 놓은 바 있다. 집행부가 수신료 인하폭을 7%로 제시한 데 비해 고모리 위원장은 10%를 강력히 요구했다. 자회사 수를 몇 개로 줄이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모리 위원장과 하시모토 회장 측은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후쿠치 내정자가 취임하면 NHK 집행부가 경영위원회의 개혁 주문에 반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로 NHK의 방만한 경영이 바로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물론 NHK가 공영방송으로서 품위를 잃고 상업주의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속에서도 정치적 코드인사나 편향성 등 공영방송의 기본에 대한 논란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 경영진만 하더라도 수신료 인하 폭에서 이견을 보일 뿐 KBS처럼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는 것은 아니다.
KBS와 비교하면 일본인들 딴에는 심각한 논쟁이 한가하고 사치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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