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死刑 중단 10년, 존폐 공론화할 때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내일은 정부가 사형 집행을 중단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에 23명의 범죄자를 사형 집행한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단 한명도 집행하지 않았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됐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50년간 모두 998명이 사형 집행된 데 비추어 보면 획기적인 변화다.

흉악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채택한 사형제도는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속속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 현재 195개국 가운데 133개국이 법적으로 또는 사실상 사형을 없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개 회원국 중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만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사인(私人)은 물론 국가도 침해할 수 없고 법원의 오판(誤判) 가능성과 독재정권의 악용 소지, 사형집행으로 흉악범죄가 줄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이 폐지론의 근거다. 국내에서는 가톨릭과 사형폐지운동협의회(회장 이상혁 변호사) 등이 중심이 돼 폐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형수는 주로 가난하거나 소외계층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사회 책임은 도외시하고 본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비인간적 제도라는 주장도 있다. 사형 대신 종신형 제도가 오히려 실질적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대안론도 나온다.

그러나 사형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형벌은 원래 범죄에 대한 응징에 1차적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비인도적 흉악범은 그에 상응하는 극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 측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생명의 존엄성을 희생자보다 범죄자 쪽에 맞추는 인권의식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형제 존폐에 관한 일반 국민의 여론도 찬반이 팽팽하다. 현재 사형 선고가 확정된 사형수만 64명에 이른다. 당장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심 대상이다. 국회에는 의원 175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와 국회가 사형제 존폐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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