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집중력과 수읽기 실수

  • 입력 2007년 12월 31일 03시 00분


이세돌 9단은 흑 93을 보고 머리를 툭툭 쳤다. 이 수를 보고 나서야 이전 진행이 잘못됐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흑 93은 아마추어도 볼 수 있는 행마인데 ‘수읽기의 대가’인 이 9단이 이를 빠뜨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9단은 매우 간단한 수를 놓쳐 불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김성룡 9단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 9단처럼 빠르고 깊은 수읽기를 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속기파인 이 9단이 빠른 템포로 두면서 잠깐 집중력을 잃는 순간 쉬운 수도 놓칠 수 있다. 본격적인 ‘이세돌 시대’를 열어 가려면 ‘집중력을 잃는 횟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물론 어이없는 실수로 불리해진 바둑을 끝내 역전시키는 그의 능력이 놀랍긴 하다. 흑 93을 당한 뒤에 흑 99까진 외길 수순. 백 100은 대세의 요소. 이곳을 빼앗기면 백은 이길 수 없다.

그나저나 흑 돌에 둘러싸인 중앙 백은 어떻게 될까. 흑이 백을 잡으러 가려면 참고도 흑 1로 두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백은 2로 두는 수를 준비하고 있다. 백 10까지 무사히 탈출할 수 있다(6…○).

주변 여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참고도와 같은 백의 탈출은 어려워진다. 13분여를 숙고하던 윤준상 국수는 흑 101을 힘차게 내려놓는다. 중앙 백을 노리는 수다. 중앙을 내버려두고 좌하 귀를 파고든 수가 왜 중앙 백에 위협적일까. 흑 101의 파괴력은 곧 드러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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