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자화자찬 교육부, 현실 그렇게 모르나

  • 입력 2008년 1월 2일 02시 52분


“PISA 2006에서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은 수학 1, 2위와 읽기 1위, 과학 5∼9위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여 줬습니다.”

“김연아, 박태환 선수는 고등학생 나이로 세계 스포츠계를 제패했습니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008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 한 해 우리 교육의 성과로 언급한 내용이다.

교육부의 송년사와 신년사를 보면 국민이 느끼는 교육정책 불신과는 인식차가 너무 크다는 느낌이다.

교육부가 성과 중 하나로 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0년 세계 1위였던 과학 성적이 평균점수로 57개국 가운데 11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는 5∼9위를 기록했다며 애써 수습하려 했지만 과학기술계와 교육계는 “한국이 그나마 버텨 온 것이 수학 과학 교육 덕분인데 10년 후의 국가경쟁력은 정말 암울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자 교육부도 ‘초중등 과학 교육 내실화 계획’이란 허술한 대책을 내놓았으면서 불과 보름여 만에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자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김연아, 박태환 선수의 개가가 과연 교육계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학교 교육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를 발굴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천부성과 피나는 노력 덕분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김 부총리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 의존도 완화, 고등교육 재정의 획기적 증액, 법학전문대학원의 안정적인 개원 준비 등을 성과로 꼽았다.

지난해는 내신 갈등,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혼란, 복수정답 파문 등으로 어느 때보다 국민의 원성이 높았고 차기 정부에서 교육부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정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김 부총리는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해선 ‘교육에 대한 국민의 격려와 성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산품을 애용해 달라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이 아니다. 실패한 정책에 대해 반성하든지, 아니면 침묵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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