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일률적 투기 규제 부작용 크다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5분


직장 생활 10년째인 김상훈(38·울산) 씨의 올해 꿈은 내 집 마련이다. 그는 1억2000만 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저축해 놓은 돈은 3000만 원 남짓.

김 씨는 지난해 초 전용면적 85m²(3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다 집 마련 시기를 늦췄다. 투기지역에서 총분양가의 40%로 제한한 대출 규제가 걸림돌이었다.

원했던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 원. 당초 계약금 3000만 원은 가진 돈으로 내고, 2차 계약금과 중도금 등은 대출받을 계획이었다. 입주 때 살던 집 전세금을 빼 대출금 일부를 갚고 나머지는 살면서 갚으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출규제 탓에 입주 때까지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1억2000만 원에 불과했다. 잔금 3000만 원을 빼고도 입주 때까지 9000만 원이나 모자랐다.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필요한 ‘브리지론’이 안 된다는 얘기다. 김 씨의 계획은 과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공식’이었다. 그러나 투기지역에 대한 일률적 대출규제는 이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걸림돌이 됐다.

인기지역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투기 억제 방안이 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해 10년간 전매를 금지한 방안도 일률적 규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대규모로 아파트가 공급된 경기 파주시, 남양주시 등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이곳 아파트 수요자들은 “분양가도 싸지 않은데 10년 동안 집을 팔 수 없다면 누가 분양을 받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같은 규제가 적용된 판교신도시에서는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라 시세보다 30% 이상 분양가격이 저렴한 데다 워낙 인기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인기 지역과 상대적 비인기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10년 전매 금지’ 규제는 시장의 왜곡을 가져 왔다.

주택 전문가들은 “투기 우려가 적은 곳의 소형아파트나 무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전매 및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정책도 대상을 폭넓게 두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이 살폈으면 한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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