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소속 오모 경위가 이택순 경찰청장이 자신에 대한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다음 날인 4일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의 한 경관은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오 경위는 전현직 온라인 모임인 무궁화클럽의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이택순 청장님의 뜻과 다르게 한화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한 탓에 표적 수사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일선 경찰들은 즉각 오 경위의 글을 사이버경찰청 등 내부 게시판에 옮겨 나르며 공론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사이버경찰청에 올라온 해당 글들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삭제했다. 경찰청은 오 경위의 글이 올라오는 대로 곧바로 삭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오 경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의 생각은 경찰청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한 경찰관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한 지휘부의 모습을 보면서 현장에 있는 경찰들은 실망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경찰청 소속의 한 간부도 “3일 오후부터 내부 온라인망에 오 경위의 글을 복사한 게시물이 꽤 많이 올라왔다”며 “공감의 표현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파문이 일긴 했지만 이 역시 조직이 발전하는 과정인데 무조건 공론화를 막으면 의혹만 더 키우는 꼴이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오 경위의 주장에 일선 경찰관들이 공감을 보이는 것은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감급 경찰은 “한화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이 청장의 퇴진을 주장했던 황운하 총경도 지난해 8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며 “그때도 ‘사적 보복’이라는 뒷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뇌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지만 논란의 핵심인 이택순 경찰청장은 오늘도 일절 해명하지 않고 있다.
강혜승 사회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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