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행 18개 정부부처를 12∼15개로 줄이는 정부조직 개편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러나 정작 공무원 수는 ‘공직사회의 안정을 위해’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 및 지방 공무원을 9만6000여 명이나 늘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006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정부 들어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에게 드는 추가인건비 5조원보다 그 사람들이 (민간에) 간섭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수십조 원이 더 걱정이다”고 했다. 노 정부 들어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공무원 인건비만도 2003년 16조8000억 원에서 2008년 23조4000억 원으로 6조6000억 원이나 늘었다.
이 당선인은 지나치게 많고 악성인 규제들이 경제 활성화 및 민생 개선의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규제 개혁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규제 완화는 ‘작은 정부’ 실현과 표리 관계다. 규제를 대폭 걷어내면서도 공무원 수는 줄이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부 규제업무 담당 공무원을 ‘도우미’ 역할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노 정부가 크게 늘린 공무원 수를 그대로 동결하는 것은 이 당선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
많은 국민은 이 당선인이 ‘큰 정부’가 아니라 ‘작은 정부’를 실현함으로써 인적으로나 물적으로 민간부문의 활력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작은 정부’의 요체는 규제 대신 자율,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인적 슬림화다. 세계 선진국들이 모두 이 방향으로 바삐 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 당선인 측이 밝혀온 대로 규제를 줄이고 정부 기능 및 조직을 합리적으로 개편하면 인력 소요를 크게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정부 예산의 10% 감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물론 감원에는 반발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혁을 솔선하지 않고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 또 개혁은 국민의 신망(信望)이 가장 높을 때인 집권 초기에 해야 성공률이 높고 ‘고통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수위는 이제라도 공무원 감축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자연감소분 충원 억제, 신규 채용 축소 등을 통해 5년간 25% 정도의 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상의 감축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진정 뜻이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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