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홍보대행업체 임원의 얘기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노무현 정부의 ‘독특한’ 홍보정책으로 인해 생겨난 듯합니다.
현 정부가 공무원들의 개별적인 언론 접촉을 차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정책 홍보 성과를 내도록 주문하면서 홍보대행사가 엉뚱한 수혜자가 된 셈이지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 외국계 홍보대행사가 진출하면서 국내에도 홍보대행업체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홍보대행업체 수는 30개 남짓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이어 불어 닥친 벤처 열풍으로 한때 그 수는 300여 개에 이르기도 했지만 벤처 거품 붕괴와 함께 몇몇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다시 늘기 시작한 홍보대행사는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직원이 1, 2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업체까지 합치면 그 수가 600개에 이른다는 얘기까지 있습니다.
한 홍보대행업체 임원은 “몇 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각 부처가 어떤 정책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부 부처들이 앞 다퉈 정책 홍보를 외주로 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정부 홍보 예산은 대략 1000억 원가량에 이릅니다. 물론 이 중에는 자체 홍보비용 등도 포함돼 있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홍보대행업계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자체 홍보인력을 갖고 있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 등이 앞 다퉈 특정 정책이나 이미지 홍보를 위해 대행업체를 찾았지만 성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한 홍보대행사 임원은 “정부 부처의 정책 홍보 외주가 ‘보고’를 위한 실적 올리기 경쟁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들 홍보대행사의 주 업무가 언론을 통한 홍보 활동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막대한 국가 예산을 쓰고도 홍보 효과는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결국 국민의 세금만 새는 게 아닐까요.
조용우 기자 산업부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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