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수의 발걸음에는 여전히 콧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굳이 백을 잡지 않아도 승부는 이긴다. 다만 이 9단의 거센 기세를 위축시키기 위해 대마를 잡으려는 것이다. 윤 국수의 생각은 간단했다.
‘단순한 길이 가장 좋다. 지금 백이 집을 낼 수 있는 곳은 하변. 따라서 하변 두 점과 우변 대마의 연결만 끊으면 당연히 대마는 살 수 없다. 흑 181로 차단하는 수로 바둑은 끝이다.’
윤 국수는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흑 181에 1분여를 투입하며 시나리오를 점검한 윤 국수는 흑 183, 185를 노타임으로 두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참고도처럼 하변과 우변을 연결시켜 주고 통째로 잡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백 186이 오자 귀의 사활 관계로 흑 187이 불가피하다.
백 188을 본 윤 국수는 흠칫 놀란다. 생각하지 못했던 수다.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에 일말의 불안감이 밀려든다. 흑 189는 어쩔 수 없는 응수. 이때 이 9단이 1초도 뜸을 들이지 않고 도끼로 찍듯이 백 190을 내려놓았다. 윤 국수는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