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7% 성장 공약의 실현 가능성인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7% 성장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달성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이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으로 투자와 소비 등 내수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었다는 데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의 투자활동은 비정상적으로 부진했다. 2000년대 들어 설비투자가 연평균 3% 정도 느는 데 그쳤다. 이는 노쇠한 선진국 경제에서나 있을 법한 투자증가율이다.
그러나 저조한 투자활동이 장기간 지속됐다는 사실은 역으로 앞으로 이전에 못했던 투자까지 포함해 투자가 크게 활성화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투자가 극히 부진했던 것은 각종 투자 관련 규제와 기업의 보수적 투자의사결정 구조가 맞물린 결과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투자를 억제해 온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고취하고 이에 발맞춰 상장기업에만도 300조 원이 넘는 잉여금이 쌓여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보수적 경영을 해 온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되살린다면 위축됐던 투자활동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만 되살아나면 7%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투자 회복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투자는 공급과잉과 기업부실만 낳을 뿐이다. 투자 확대로 늘어나는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 수출수요나 국내 소비수요가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내 소비수요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7%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이 소비활동의 활력이 떨어져 있다. 한국 경제는 국내총지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대 전반으로 미국의 70%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57%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활동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인위적인 소비부양책은 답이 아니다. 카드 남발을 통해 소비를 부양하다 결국 카드대란으로 귀결되고 만 것이 바로 몇 년 전이다. 소비활동이 부진한 것은 고용불안과 노후불안, 주거불안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마음 편히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적 성격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가계대출 금리 부담 등이 가중되면서 실제 소비지출에 쓸 수 있는 개인의 소비여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로 경제 전체의 소득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개인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별반 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소비여력 강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앞에서 언급한 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물가불안을 피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장의 내수 촉진을 위한 일회성 ‘경기부양’이 아니라 투자체질과 소비여력을 강화하는 근본적 ‘경제부양’이 이뤄 져야 한다. 생산적 투자활동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건전한 소비 진작이 다시 투자를 이끌어내는 투자-고용-소비 간 선순환 고리가 복원될 때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성장궤도가 반드시 7% 성장률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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