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판 골드만삭스, 금융官治로는 못 만든다

  • 입력 2008년 1월 8일 2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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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될 때마다 거래를 주도한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갔다. 이를 지켜보면서 “우리도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IB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성과는 빈약했다. 2류 관료들이 시장을 틀어쥐고 앉아 시장 1류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겉으로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얘기하고 속으로는 금융회사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했다. 그들에게 금융계는 ‘퇴직 후 한 자리 챙길 대상’이라는 의미가 더 컸을지 모른다.

차기 정부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산은의 IB 부문과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묶어 민간에 넘기면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IB가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은은 옛 재무부의 ‘모피아’ 인맥이 총재 자리를 독차지할 만큼 정부의 입김이 셌기에 산은 민영화는 금융개혁의 뜻있는 새 출발이다.

새 정부는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울 처방으로 금산(金産)분리 완화를 택했다. 금융 관련 정부조직도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내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 나아가 차기 정부는 시장을 상대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관료의 역할을 그대로 둔 채 관할 부처만 조정하는 개편이라면 금융회사의 상전(上典)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관치금융의 폐단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1년 내내 중복검사와 중복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해도, 돈 될 사업을 벌이려 해도 인허가가 제때 나지 않아 차질을 빚은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처지의 금융회사들에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금융은 제조업이 잘 굴러가도록 돈이나 대주는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보조 산업이 아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돈을 벌어들일 뿐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성장동력 그 자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평소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게 사실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현장 금융인들의 판단이다. 우수 금융인력의 체계적 양성, 금융회사의 대형화 및 겸업화, 금융특구 지정 등의 과제도 심도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오늘 있을 이 당선인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간담회가 금융 선진화를 위해 관치(官治)의 종언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부지런한 도우미로서 땀을 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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