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산은의 IB 부문과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묶어 민간에 넘기면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IB가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은은 옛 재무부의 ‘모피아’ 인맥이 총재 자리를 독차지할 만큼 정부의 입김이 셌기에 산은 민영화는 금융개혁의 뜻있는 새 출발이다.
새 정부는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울 처방으로 금산(金産)분리 완화를 택했다. 금융 관련 정부조직도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내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 나아가 차기 정부는 시장을 상대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관료의 역할을 그대로 둔 채 관할 부처만 조정하는 개편이라면 금융회사의 상전(上典)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관치금융의 폐단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1년 내내 중복검사와 중복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해도, 돈 될 사업을 벌이려 해도 인허가가 제때 나지 않아 차질을 빚은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처지의 금융회사들에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금융은 제조업이 잘 굴러가도록 돈이나 대주는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보조 산업이 아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돈을 벌어들일 뿐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성장동력 그 자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평소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게 사실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현장 금융인들의 판단이다. 우수 금융인력의 체계적 양성, 금융회사의 대형화 및 겸업화, 금융특구 지정 등의 과제도 심도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오늘 있을 이 당선인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간담회가 금융 선진화를 위해 관치(官治)의 종언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부지런한 도우미로서 땀을 흘려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