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고리 1호기는 부산시의 연간 전력소비량 31억 kWh보다 많은 47억 kWh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이었다. 고리 1호기 건설에 1560억 원을 투입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비보다 두 배나 많은 금액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승부수였다.
30년 전의 투자가 밑거름이 돼 현재 원전은 20기가 가동되면서 국내 소비전력의 40%를 생산하는 주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원자력의 성장이 있기까지 그 시발점이었던 고리 1호기가 2008년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게 됐다. 설계 수명 30년에 도달해 지난해 6월 발전이 중단됐던 고리 1호기가 1월 초 재가동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2006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뒤 18개월 동안 100여 명의 전문가가 투입돼 평가 보고서 심사, 현장검증, 실증실험 등이 시행됐다. 그 기준도 까다로워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엄격한 규제기준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11일 과기부가 마침내 계속운전을 공식 허가했다.
엄격한 안전성 심사만으로 계속운전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법적 요구사항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와의 협의 또한 중요한 과제였다. 한수원은 계속운전을 하려면 안전성과 함께 지역사회의 수용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지난 2년 동안 700차례가 넘는 대화와 홍보활동으로 계속운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물론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서로의 의견을 모았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지역주민들은 안전성에 우려를 표했고 계속운전이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반대집회, 탄원서 제출 등 반발이 컸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던 데는 수십 차례의 협의를 거쳐 지역주민과 한수원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간 지역협의회의 역할이 컸다.
지역협의회를 통한 노력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회적 현안에 관해 외부의 개입을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자발적으로 논의하고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 그동안 국내에서 겪어 왔던 많은 사회적 갈등과는 다른 갈등 해소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이 이렇게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정신이었다. 앞으로 원자력 전문가들은 국민과 지역주민에 보답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발전소를 운영해 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송명재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