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변호사나 의사 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다. 반면 같은 전문직인 건축사에 대한 관심은 낮다. 지난해 겨울 1만여 명의 건축사가 모여 창의성을 훼손하는 건설사의 설계업 허용 반대를 외쳤지만 주요 매스컴에서는 단 한 줄도 다뤄지지 않았다. 매스컴의 보도속성이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도에 있다고는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건축사들의 문제가 국민의 실생활이나 문화적 측면에서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보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수익구조는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도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외화보다 미래에셋에서 펀드금융으로 벌어들인 돈이 더 많다고 하지 않는가. 미래학자들은 이미 문화산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실제 해리포터 소설책이 벌어들인 인세가 우리나라 무역흑자보다 많다고 하고,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이나 낡은 철강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이 도시 전체를 풍요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독일의 빈촌이 움직이는 다리 하나로 부촌이 되고, 저 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곳도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도 한강 르네상스란 프로젝트와 더불어 서울이 2010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됐으며 건축을 통한 문화콘텐츠 작업에 각 도시가 열을 올리고 있다.
삶의 질과 국부를 창출하는 디자인의 중심에는 도시와 건물을 창조하는 건축사가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건축 3단체는 정부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게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을 설립한 뒤 재작년부터 선진국 전문가를 초빙해 장래 건축디자인으로 국부를 창출할 5년제 건축학과의 인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은 열악하다. 국고보조가 없어 건축 3단체와 뜻있는 건축인들의 협찬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97개 건축대학(건축전문대학원 포함)은 정부시책에 앞서 이미 5년제 학제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0곳이 인증원으로부터 실사를 끝냈고 나머지 대학은 실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모두 인증을 받으면 한 해 건축사 4000여 명이 배출된다.
제대로 된 건축사를 키우는 일은 국가 전체가 매달려야 할 만큼 중요한 문화정책이다. 건축은 그 나라 문화의 척도이며,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래서 국민의 문화수준 이상의 건축은 기대할 수 없다. 곧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온다. 우리 문화수준도 그에 걸맞게 높아져 건축사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의구 한국건축학교육 인증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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