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要職 ‘이런 사람 不可’의 표본 김만복 씨

  • 입력 2008년 1월 11일 23시 00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처신을 보면 정보기관의 수장(首長)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는 대선 바로 전날 평양에 다녀온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것도 모자라, 평양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은밀히 나눴다는 대화까지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유출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화 내용이 전적으로 그에게 유리한 데다, 이런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원장은 5일자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대선 전날의 석연찮은 방북만으로도 국회 청문회감이다. 그런 사람이 국가 1급 기밀에 해당하는 대화록 유출에 관련됐다면 사법처리감이다. 국정원이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지만 자체 조사라 신뢰하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검찰이라도 나서야 한다. 그의 부적절한 처신에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조직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는 게 옳다.

김 원장은 정통 정보맨 출신으로 요직인 기획조정실장과 1차장(해외담당)을 거쳐 2006년 11월 원장 직에 올랐다. 누구보다 국정원과 국정원장의 바른 역할이 뭔지 알 만한 사람인데도 실제론 그와 어긋나는 일만 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오래전부터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주변 인물을 뒷조사하거나 후보 관련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현재 검찰에 고소고발된 상태다.

4월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받기도 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때는 국정원의 개입을 전 세계에 광고하다시피 했다. 노무현 정권에 충성을 다하다 정권이 바뀌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면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측근들에게 끈질기게 졸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표변(豹變)이 역겹다. 그동안 북에는 또 얼마나 굽실거렸는가.

다시는 김 원장과 같은 사람이 국가의 요직에 기용돼선 안 된다. 김승규 전 원장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만한 인물’을 국정원장에 기용한 노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 새 정부가 꼭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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