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옥자]가까운 사람 중용해 생기는 폐단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00분


또 하나의 새 정부가 출범하려 돛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하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불철주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작고 강한 정부를 위하여 군살을 빼고 몸집을 줄이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제도도 중요하고 개혁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러한 작업을 할 사람을 쓰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맥이라든가 인재 풀의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 당선인의 모교인 고려대 인맥, 신앙의 연고지인 서울 강남 소망교회 인맥, 최고경영자까지 올라가며 다져진 현대 인맥, 서울시장을 하면서 능력을 가늠한 서울시청 인맥, 그를 대통령으로까지 밀어 올린 공신그룹 등 그의 인재 풀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다양한 편이다. 대통령의 인적 네트워크가 넓고 다양하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 탓할 일은 아닐 터이다. 현 정부의 인사 때마다 인재난이 거론되고 돌려 막기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더니 드디어는 코드 인사만 한다고 비난받은 것도 결국 인재 풀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역대왕들 인재등용 고심 또 고심

문제는 그 인재 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다. 정부 출범 전에 벌써부터 총선 자리 안배 문제로 삐걱대는 당내 사정은 논외로 치더라도 정책을 밀고 갈 정부의 인적 구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는 국민의 소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통시대에도 인재 등용은 역대 왕들이 가장 고심한 문제다.

정조대왕은 “용인(用人)에는 도가 있으니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면 된다”고 하였다. 모든 것에 능한 사람은 없고 한 가지라도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보고 사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옛사람은 일에 임하여 일이 자신보다 작기 때문에 쉽게 다스렸지만, 지금 사람은 일이 자신보다 크기 때문에 어려워한다. …바둑에 비유하면 수법은 더욱 높아졌지만 전체를 보는 안목은 더욱 작아졌다”고도 하였다. 그 시대에도 사람들이 작은 것에 매달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잘게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일찌감치 오늘날의 문제를 예견한 듯도 싶다.

그렇게 인재에 대하여 고민하던 그도 결국 자신도 모르게 귀근지폐(貴近之弊·가까운 사람을 귀하게 여기다 생긴 폐단)를 한탄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는 인조반정 이후 자신의 시대까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인조대는 반정 공신들이 세도를 잡았고 그 훈신들의 권력 남용이 문제가 되었다. 효종은 이에서 연유한 폐단을 극복하고자 산림들을 등용하여 조정의 청명함을 드러내 산림정치를 하였다. 이에 문호를 표방하는 폐단이 일어나자 이후에는 척리(戚里·임금의 내척과 외척)를 중용하였다. 이에 다시 외척이 발호하자 왕위에 오른 정조는 외척정치를 종식시키고 규장각을 설치해 사대부를 각신(閣臣)으로 등용하여 근신(近臣·가까운 신하)으로 삼고 크게 우대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해마다 늦은 봄에 꽃을 감상하는 연회인 상화연(賞花宴)을 열어 상하노소가 함께 어울리고 마음을 열어 그들을 환대하였다. 이는 그들의 몸을 영화롭게 하고 그 직책을 아름답게 하며 문물로 꾸며 주고 음식으로 취하고 배부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석으로 좌우에서 보필할 것을 기대한 것이라고 토로하였다.

그 결과가 이제 와서는 옛날의 훈신이나 척리보다 못한 ‘귀근지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탄하였다. 자신은 이렇게 그들을 후하게 대했지만 근신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꾸짖으며 “진언하는 말은 모두 내가 듣기 좋아하는 말이며 아니면 묵묵히 따르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측근도 옥석가리기 분명하게

결국 한쪽으로 치우치면 생겨나는 폐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 살을 깎는 성찰과 진통의 아픔을 겪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귀근지폐’를 한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이다. 또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현실론자만으로 인사정책을 해 나갈 때 빠지게 될 방향 감각의 상실과 이상의 실종현상을 예방하는 조치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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