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原電재활용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미국 메릴랜드 주 러스비에 있는 칼버트 클립스 원자력발전소 주변은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높은 월척 낚시터다. 체서피크 만 연안에 위치한 이 원전은 다른 원전과는 달리 뜨겁게 달구어진 터빈을 식힌 냉각수를 바로 바다로 흘려보낸다. 일반 바닷물보다 6.7도가 더 높은 냉각수로 인해 작은 물고기와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이것을 먹으려고 월척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정작 이 원전이 유명한 이유는 딴 데 있다.

▷1975년 1기, 1977년 2기가 가동된 칼버트 클립스 원전은 2000년 3월 미국 최초로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년간 연장운전 허가를 받았다. 원래 운전기간 40년에다 20년을 추가해 60년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6월 이곳을 방문해 원자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미 대통령의 원전 방문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 정부가 이처럼 운전기간을 늘려 준 원전은 48기나 된다.

▷미국은 설계수명이 만료되기도 전에 운전기간을 늘리고 있지만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이 재가동에 들어간 곳도 많다. 세계 30개국의 원전 444기 가운데 37기가 설계수명이 끝난 이후에도 재가동되고 있다.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여러모로 실익이 크다. 그동안 원전 운용 기술이 크게 발달해 계속 운용에 기술적 장애가 없다. 원전 1기 건설비용은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수력 화력발전 등 대체에너지원 건설에 따른 비용도 너무 높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원전 1호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10년간 계속 운전 허가를 얻어 그제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처음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꾸준한 주민 설득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원전을 믿어 준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앞으로 고리 1호기가 할 일은 안전성 자료에 대한 주기적 공개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다. 수명을 연장해야 할 원전이 모두 19개나 남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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