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세돌 타임’이란 말이 나온다. 포석이 끝나고 중반으로 넘어가는 때를 말한다. 포석이 약한 이 9단이 초반에 잃은 포인트를 막강한 수읽기와 전투력으로 만회한다는 의미다.
이번 대국도 점심시간 언저리인 ‘이세돌 타임’이 올 때가 됐다. 하지만 윤준상 국수의 허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흑 91까진 외길인데 백 92가 의외의 수였다. 보통은 92를 두지 않고 94의 곳에 둬 한 점을 잡는다. 흑이 이 돌을 살리려고 하면 백은 공격 자세로 자연스럽게 상변 흑 진을 깨자는 뜻이다. 그러나 윤 국수는 이 9단의 변신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 9단은 무거운 돌을 움직이는 대신 흑 95, 97로 이를 버리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백 102까지 좌상 귀가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실리는 컸지만 대세에는 뒤지는 결과였다. 백은 참고1도를 택해야 했다. 흑도 95로 참고2도처럼 귀를 살리는 것은 실수.
흑 103으로 상변 흑 세력의 웅장한 모습이 구체화됐다. 이때 이 9단의 허리가 비로소 펴지기 시작했다. ‘이세돌 타임’이 시작되는 것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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