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공천심사위원장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위원장은 김문수(현 경기지사) 의원이었고, 부위원장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이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을 모은 위원은 작가 이문열 씨였다. 그가 이회창 후보의 거듭된 대선 패배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逆風)으로 궤멸 직전인 한나라당의 ‘수호천사’를 자임하며 공심위에 합류하자 보수세력은 작은 위안이나마 받는 듯했다.

▷이 씨는 한나라당이 정형근, 김용갑 의원 같은 5, 6공(共) 이미지의 인물을 계속 공천하려 하자 공개적으로 “당의 싹수가 노랗다”고 질타하며 물갈이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좌파 탈레반’으로 생각해 온 총선시민연대가 정, 김 의원을 낙천(落薦) 대상에 포함시키자 “역으로 참고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의석 과반수로 완승하자 그는 “시대를 읽는 나의 안목을 더는 믿을 수 없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그때와 정반대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고,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절대 우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이대로 총선까지 가면 개헌선(3분의 2)도 내줄 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대선 경선 때 편이 갈린 이명박, 박근혜 진영 간의 공천 갈등이 심각하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는 분당(分黨)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심위 구성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 금주가 최대 고비다.

▷강재섭 대표는 ‘안강민 위원장’ 카드를 꺼냈다. 안 씨는 17대 총선 공심위원, 지난해 대선 경선후보 검증위원장으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긴 했지만 사실상 외부 인사다. 당내에서 공심위원장 적격자를 찾지 못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정당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또 공천을 앞두고 분당론부터 불거져 나오는 것도 한나라당의 한계를 보여 준다. 공심위가 친이(親李) 친박(親朴)을 떠나 ‘쇄신(刷新) 공천’을 단행하고, 그럼에도 당이 흔들리지 않아야 정권을 안겨 준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