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예상치 못한 패착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05분


두 기사의 손길이 빨라지고 있다. 복잡한 변화가 일어날 곳이 거의 없는 탓이다. 좌변과 중앙 일부가 비어 있지만 서로의 세력이 마주보고 있어 흑백 어느 쪽도 집을 크게 만들 수는 없다. 이세돌 9단의 말대로 무난히 마무리되면 백이 1집 반 이상 남는 형세다. 프로 바둑에서 이 정도의 차이를 뒤집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윤준상 국수는 물 흐르듯 큰 자리를 순서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백 154를 본 검토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윤 국수가 왜 이래?” 하는 안타까운 반응이 검토실에 가득 찬다. 인터넷 해설을 하던 김수장 9단도 백 154를 “예상치 못한 패착”으로 지목했다.

왜 패착일까. 백은 154를 두기 전에 156을 먼저 둬야 했다.

참고1도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흑 10까지는 실전과 똑같은데 백 11을 선수해 흑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차이는 5집가량 된다.

만약 흑이 참고2도처럼 두면 백은 흑 석 점을 잡아서 불만이 없다. 이 그림도 백이 이기는 구도다.

윤 국수가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윤 국수는 이번 국수전 도전기에서 매번 이런 실수를 했다. 이 바둑도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형극의 길을 걷게 됐다. 이제 백의 유일한 희망은 하변 흑을 잡는 것이다. 잡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어도 일단 건드려볼 수밖에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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