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9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미분양 아파트 5000채는 직접 사들이고 민간펀드 조성으로 2만 채를 해소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주택공사를 통해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는 단 한 채도 없다.
매입 실적이 전무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에 대한 의견 불일치다. 주공이 업체에 제시하는 가격은 감정가의 80% 수준이다. 감정가가 분양가보다도 낮다 보니 주공이 제시한 액수는 실제 분양가의 70% 수준이라는 것이 업체 측의 불만이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주공이 제시하는 가격은 협상조차 하기 힘든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으로서는 맞지 않은 가격에 물량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미분양 매입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빠진 주택업체 측이 먼저 정부 측에 건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도 ‘싸서 못 팔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속으로 끙끙 앓던 업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니까 차기 정부에서 무슨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1차 임대 수요평가를 끝낸 업체와 단 한 건의 매입도 성사하지 못한 주공은 앞으로 2차 임대 수요평가를 할 예정이다. 평가 뒤 수차례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주택업체가 분양가 인하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정부로서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0만1500채로 외환위기 직후 수준이다. 통계상 드러나지 않는 물량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20만 채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계산이다.
건설업체가 분양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물량을 지어 놓기만 하면 뒷감당은 국민 세금으로 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주택업계가 연쇄부도가 나고, 그 파장이 금융권까지 이어지면 국민도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미분양 폭탄’을 서로 주고받으며 네 탓만 할 때가 아닌 듯싶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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