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에 속한 자문위원은 정책연구위원을 포함해 558명이나 된다.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몰라 ‘도깨비 집단’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들 수백 명을 일일이 다 알지 못할 것이며 직접 검증해서 선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문위원 중에는 당선인의 측근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참모, 인수위 고위 인사와 개인적 연고가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도 자질과 자격이 충분하면 새 정부 인재풀에 넣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선 표심이 명령한 ‘새로운 실용시대의 구현’과 거리가 먼 정상배(政商輩) 수준의 전력(前歷) 소유자까지 옥석 가리지 않고 끼워 넣었을 경우다.
인수위 측은 언론인 성향조사로 물의를 일으킨 전문위원(문화관광부 국장)에 이어 고 씨도 문제가 불거지자 즉각 인사조치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국민의 실망을 더 키운 노무현 정부를 닮아서는 안 된다.
고 씨 사건이 터지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자성의 자세를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저런 연줄과 인맥으로 권력 네트워크를 유지해 온 한 기업인이 이번에도 자신의 부인과 인수위 고위 인사의 ‘학교 관련 인연’을 고리로 자문위원이 됐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이런 점도 살펴야 할 것이다.
530여만 표의 기록적 표차로 정권 교체를 이룩한 주체는 이 당선인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국민은 역대 정권을 넘나들며 ‘해바라기’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다시 권력의 떡고물이라도 묻혀 주라고 정권을 교체한 것이 아니다.
고 씨 사건은 작은 경종(警鐘)일 뿐이다. 새 정권의 권력 지분을 조금씩 나눠 행사하는 이른바 실세(實勢)들이 정부의 이런저런 자리를 사적(私的)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사례가 많아지면 민심을 잃을 우려가 높아진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