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 긴자(銀座)를 관통하는 중앙거리에 100년 역사를 간직한 문방구가 있다.”
귀동냥으로 얼핏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전 취재를 위해 긴자 이토야(伊東屋) 본점을 찾을 때까지도 ‘100년 기업으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기업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최소한 종업원이 수십 명은 돼야 하고 나름대로 체계화된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문방구가 커 봐야 얼마나 크겠어.’
이런 선입관은 이토야 긴자 본점을 들어서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문구류 우리보다 다양한 곳 없을 것”
간판 앞 안내데스크에서는 제복을 차려 입은 전담 직원들이 고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또 매장 안쪽 엘리베이터 앞에도 2명의 직원이 배치돼 탑승 안내를 하고 있었다.
2700m²에 이르는 이토야 본점 매장에는 약 15만5000종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는 게 홍보담당자인 이치하라 요시코(市原美子) 씨의 설명.
본관의 로열층에 해당하는 중2층(1층과 2층 중간에 만든 층)에는 만년필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보호시 미쓰히로(棒星充廣) 중2층 매장 매니저는 “몽블랑 오마스 펠리컨 등 세계 30여 개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면서 “일본의 만년필 매장 가운데 우리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토야의 상품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예가 마루노우치(丸の內)점에 있는 ‘칵테일 잉크’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독일 기계업체에 특별 주문해 제작한 잉크혼합기를 설치해 놓고 고객이 원하는 색깔의 잉크(총 48색)를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 전문가 뺨치는 판매의 달인(達人)
최근 도쿄에 있는 모 기업체의 신입사원 A 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주말에 이토야에 가서 판매원들의 전문지식과 서비스 태도에 감탄했다. 누구에게 질문을 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금방 답이 나왔다. 모두 문방구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전해 왔다.”
어떻게 하면 이런 평가가 나올까. 보호시 매니저의 예를 보자.
그는 12년에 이르는 근무 기간의 대부분을 만년필 매장에서 보냈다. 만년필에 관한 한 모르는 게 거의 없을 전문가이지만 틈만 나면 만년필 제조공장이나 수리업소를 찾아다닌다. 만년필에 관한 책은 1920, 30년대 것까지 찾아 공부한다.
보호시 매니저는 “가끔 수십 년 전에 만든 만년필을 들고 와 쓸 수 없겠느냐고 상담하는 고객이 있다”며 “이런 고객의 고민까지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려면 아직 공부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 1904년부터 긴자와 동고동락
입지(立地)다.
일본 최고급 상업지인 긴자 2정목(丁目) 사거리는 불가리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4개사가 한 귀퉁이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토야는 정면에서 봤을 때 불가리 매장의 바로 왼쪽이다. 오른쪽은 보석브랜드 티파니의 긴자 매장이다. 이토야에서 스무 발짝 정도 떨어진 보도 위에는 ‘긴자 발상지’라는 기념비가 서 있다.
이토야는 긴자가 하이칼라(서양식 유행을 따르는 일) 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한 1904년에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104년 동안 줄곧 긴자와 함께 동고동락해 왔다.
천재지변으로 긴자가 쑥대밭이 됐을 때는 이토야도 잿더미로 변했고 고도성장기에 긴자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였을 때는 이토야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치하라 씨는 “이토 쇼타로(伊藤勝太郞) 창업주가 긴자에 터를 잡고 계승자들이 ‘일업전념(一業專念)’을 모토로 문방구 사업만 해 왔기 때문에 이토야의 100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이토야 개요 구분 내용 창업 연도 1904년 업종 문방구 판매 전문점 본점 소재지 도쿄(東京) 주오(中央) 구 긴자(銀座) 2-7-15 지점 도쿄 마루노우치(丸の內)점, 가스미가세키(霞が關)빌딩점, 시부야(澁谷)점, 다마가와(玉川)점, 이케부쿠로(池袋)점, 신주쿠(新宿)점, 파피에리움(미나미아자부·南麻布) 요코
하마요코하마(橫濱)점, 아오바다이(靑葉台)점 홈페이지 www.ito-ya.co.jp 종업원 29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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