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독자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런 구직자 정말 싫다’(본보 2일자 A12면) 기사 잘 봤습니다. 하지만 꼴불견 구인회사도 많습니다. 모집요강과는 다른 연봉을 제시하고, 거만한 태도로 면접하고…. 회사 면접관들의 잘못된 태도를 꼬집는 기사도 써 주세요. 면접 본 후 혼자서 욕하고 답답해했던 구직자들이 조금이나마 속이 시원해질 거예요.”
그 순간 ‘아차, 내가 너무 기업 편에서만 생각했구나’ 하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이번엔 철저하게 구직자의 처지에서 실태를 조사해 봤습니다.
우선 잡코리아가 2005년 7월에 조사한 자료가 인상 깊었습니다. 구직자 2117명을 대상으로 ‘면접관의 태도에 불쾌했던 적이 있느냐’라고 물은 결과 무려 88.9%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중 9명에 가깝다는 이야기지요.
그럼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서 불쾌함을 느낄까요.
구직자들은 ‘무시하는 듯한 어투’(42.1%)에 가장 많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어 △이력서를 처음 검토하는 듯한 자세(24.7%) △답변을 자르고 다른 질문을 하는 면접관(6.4%) 등이었습니다.
불쾌하게 느끼는 질문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벌 및 출신 학교(26.0%) △애인 유무(8.3%) △신장, 체중 등 신체사항(7.7%) 등이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애인이나 신체에 대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잡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2005년 자료지만 지금 다시 조사해도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수백 대 1의 입사 경쟁률을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갑(甲)이고, 구직자들은 을(乙)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직자들에게 소홀히 대해도 될까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꼭 봐야 할 조사자료를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2007년 5월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구직자 1010명에게 ‘불친절한 면접 때문에 해당 기업 제품을 사지 않은 경험이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상자의 84.7%가 ‘있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구직자는 곧 자사(自社)의 잠재 고객임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형준 산업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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