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후보자는 국보위 활동 전력과 탈당 전력으로 논란이 없지 않지만 서울대 교수, 상공부 장관, 주미대사, 경제부총리,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지내며 쌓은 드문 경륜과 정치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 자신도 “선진화를 통해 ‘글로벌 코리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듯이 아무쪼록 ‘일하는 총리’의 새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우리 헌정구조의 독특한 산물로,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것이 헌법상 부여된 역할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얼마만큼 믿고 일을 맡기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38명의 총리가 나왔지만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 ‘실세 총리’로 일정한 역할을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독(代讀) 총리’에 그쳤다. 이 당선인은 총리에게 줄 권한은 줘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한 후보자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가 기용된 데 대해 “누구도 적(敵)으로 만들지 않는 처세 덕분”이라는 세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후보자의 장기라는 ‘정치력’도 구(舊)시대와는 현저히 달라진 정치 및 정책 환경 속에서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다.
말보다는 실천을 통해 믿음을 줘야 한다. 당장 대외경제 여건의 악화로 새 정부의 경제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한 후보자는 “규제 혁파와 민간 투자 활성화로 어느 정도 극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안이하게 들린다. 에너지 외교도 그렇다. 한 후보자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처럼 전 세계를 누비겠다”고 했지만 중국과 우리는 다르다. 한 후보자는 산적한 국정의 난제(難題)들 앞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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