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골 초등학교가 앞선 영어교육, 딴 데는 왜 못하나

  • 입력 2008년 1월 30일 23시 06분


29일 교육부 주최로 열린 ‘영어수업 개선 연구대회’에서 경북 의성군 점곡초등학교 3학년생 9명과 김정희 교사가 시범수업에 나섰다. 어린이들이 또렷하고 능숙한 영어로 교사와 대화를 이어가자 관람석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영어 잘하는 학생만 뽑아 나온 게 아니었다. 3학년생 전체가 9명에 불과한 시골 학교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영어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은 뒤 ‘인수위가 너무 서두른다’ ‘아직 여건이 덜 돼 있다’는 교육계 일각의 반대가 거세지만 교육환경이 특히 열악한 이 학교의 성공사례는 신중론자들을 머쓱하게 만든다. 학교 및 교사의 열의, 창의성, 지도력에 따라 영어 공(公)교육을 얼마든지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눈앞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강원 정선군 예미초등학교는 전교생이 70여 명인 폐광촌 미니 학교다. 이곳 학생들이 26일 열린 제13회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과 최고상을 석권했다. 이들의 성과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2006년부터 지역난방공사가 파견해 준 원어민 교사가 영어회화 수업을 맡고 있다.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면 교육이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지만 확실한 사례다.

어제 인수위가 개최한 영어교육 공청회에서 새 정부의 영어교육 로드맵이 처음 공개됐다.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더 정교하게 계획을 다듬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선 학교와 교사들도 도전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영어 배우기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전체 사교육비의 절반인 연간 15조 원이다. 경쟁국 대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몰입하는 동안 우리 대학생들은 학습 시간의 3분의 1을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다. 교사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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