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자는 레오라는 하인이었다. 레오는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귀족들에게 제공했다. 관광안내는 물론 식사와 잠자리를 보살폈고 현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알려줬다.
그들이 명령하고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했다. 여행 초기 모든 것은 만족스러웠고, 귀족들은 즐거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귀족들은 레오에게 불평하기 시작했고, 그는 견디다 못해 마침내 사라졌다. 레오가 사라지자 귀족들은 오합지졸이 돼 우왕좌왕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보아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등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여행은 끝이 났다.
여기서 진정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레오야말로 진정한 리더였다. 그의 리더십을 들무새 리더십이라고 불러보자. 순수 우리말인 들무새는 ‘뒷바라지 하는 데에 쓰이는 물건 또는 몸을 사리지 않고 궂은일이나 막일을 힘껏 돕는 것’을 뜻한다. 들무새 리더십은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뒷바라지하는 역량이다.
들무새 리더십은 비전 제시, 가치 준수, 지속적 개선 등을 포함한다. 또한 성과 중심의 리더십이다. 무조건 일을 열심히 한다고 자랑할 것은 아니다. 리더십은 성취 결과 50%, 올바른 방향 제시 25%, 조직 분위기 25% 등으로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이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일에 대하여 파괴적인 사람(breaker), 역량이 부족해 일의 흉내만 내는 사람(faker), 일을 만드는 사람(maker) 등이다. 들무새 리더는 메이커다. 메이커만이 잠재력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4월에는 또 한 번의 선거가 있다. 벽보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붙어 모두가 국가와 민족을 구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아니, ‘귀족’이 되겠다고 나설 것이다. 일하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준비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직의 새 리더는 항상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성급하게 조직을 ‘구하려고’ 하지 말고, 다음에 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준비를 실천하는 것이 들무새 리더십이다.
강병서 경희대 대학원장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