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인해]韓日 신뢰회복, 외교로 빨리 풀어냈으면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특사단의 4강 외교를 통해 새 외교정책을 선보였다. 그동안 한미동맹 관계가 순조롭지 못해 국익에 손상을 가져 왔다는 인식 아래 대미 관계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호응해 미국에서도 이례적으로 당선축하 결의안이 상하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함으로써 한미 간의 신뢰가 확고해진다면 남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북한 관계 개선과 북한 핵 문제 해결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1년도 채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이끌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 이후에 출범할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초점을 맞추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내놓을 협상카드인 핵 포기의 대가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이 금년에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한일 관계에서 확고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상득 일본특사단 일행을 만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한일 간에 정치 문제를 이야기해 본 것이 오래됐다’는 표현으로 관계 개선의 기대를 나타냈다. 후쿠다 총리는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중-일 관계와 한일 관계의 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 포기, 북-일 국교정상화를 연계시키는 정책을 이어가겠지만 장차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북 정책은 ‘비핵·개방·3000’으로, 비핵화와 개방을 받아들이면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6자회담의 틀 속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비핵화를 추구한다지만 경험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알 수 없다. 무력사용이라는 극단적 위협 없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남은 임기 내에 핵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자 할 것이다. 이에 한일 간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한미일 간의 공조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0월에 실시한 ‘외교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 관계가 양호하다”는 응답이 49.9%로 전년보다 15.5%포인트 올랐다. “친밀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절반이 넘는 54.8%로 전년보다 6.3%포인트가량 늘었다. 이런 분위기는 양국의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긍정적인 상승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위 무역 상대국이지만 한국은 연간 300억 달러가량의 대일 무역적자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향후 일본의 부품·소재 분야의 공장 설립형 투자비중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개혁으로 우리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중단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도 재개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정치 외교적 앙금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가 상대국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올해는 한일 간 신뢰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 있는 적기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른 점이 있지만 화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인해 고려대 교수 게이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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