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워릭대 앤드루 오즈월드 교수가 80개국 200여만 명을 분석해 보니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평균 나이가 44세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선진국 후진국은 물론 결혼 여부, 빈부격차, 자녀 유무와도 관계가 없고 직업 및 소득의 차이와도 별 상관없다고 한다. 다만 여자가 몇 년 빠를 수 있다는 얘기.
▷‘체념’을 처음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란다. ‘욕망한다고 모든 것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한계’를 자각하면서 ‘이제 현실 순응을 해야 한다’는 마음과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중간결산을 통해 반전해야 한다’는 초조감이 충돌하는 것이다. 한국의 40대는 실직 불안 속에서 고령화를 맞아야 하니 인생 2모작 3모작에 대한 강박도 크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에듀스파 조사에 따르면 ‘인생 2막’의 시작 나이로 41세가 꼽혔다.
▷평균수명이 늘어가니 돈도 많아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돈이 없으면 수명 연장은 꿈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불안이다. 노인문제 전문가 고광애(71) 씨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떠나면 돈도 소용없으니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을 만들라고도 한다. 이처럼 ‘잘 늙는 노하우’도 홍수인데 오즈월드 교수는 ‘세월이 약’이라는 심플한 이색 주장을 한다. 통계를 내 보니 인간의 행복감은 10대를 정점으로 내려가기 시작해 40대에 바닥을 치고 50대부터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이라는 것이다. 늙을수록 ‘포기’하는 게 많아지는 것이 행복감의 비결이라고 한다. 요컨대 그것이 ‘늙으면 행복해진다’는 뜻이라면 나쁠 것 없겠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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