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이 궁한 10대에서부터 멋쟁이 여대생, 주부에 이르기까지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은 알뜰 쇼핑족(族)의 메카다. 어떤 이는 동대문에 가서 그럴싸한 옷을 건져 오지만 복잡한 지리에, 북적대는 인파 때문에 동대문 공략에 실패한 사람도 적지 않다. 모처럼의 고향 나들이, 다가올 졸업식과 입학식 때 입을 만한 화사한 옷 한 벌을 살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번 주말 동대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독자 여러분의 쇼핑지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오후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을 찾았다.》
○ 최신 트렌치코트가 단돈 3만8000원
동대문 의류도매시장 가운데서도 쇼핑 고수들은 두타나 밀리오레 대신 제일평화시장을 더 많이 찾는다.
흔히 ‘제평’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제일평화시장은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 TV에서 입고 나온 옷이 다음 날 매장에 선보일 정도로 유행을 빨리 반영한다.
요즘 제일평화시장은 겨울 막판 세일 상품과 봄 새 상품을 사려는 쇼핑족으로 북적인다.
겨울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판매대는 벌써 화사한 봄옷들로 가득하다. 시즌이 바뀌면서 겨울 제품은 정상 판매가격의 절반 값이면 살 수 있다.
제일평화시장의 2, 3층은 멋쟁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제일평화시장 2층 1호 가든에는 샤넬풍 옷이 많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은 물론 친구나 친지의 결혼식 때 입어도 손색이 없는 캐주얼 정장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2층 131호 므아젤은 니트가 주력 품목이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하늘색 앙고라 스웨터(3만2000원)는 배를 감추는 데도 제격이다.
2층 89호 빨간바구니는 명품 브랜드풍의 액세서리가 많다. 스웨이드 소재 머리핀이나 머리띠를 8000원 선이면 살 수 있다.
3층 18호 미트리는 30, 4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BCBG풍 원피스가 많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에도 제품을 납품할 만큼 품질이 좋고 사이즈도 55에서부터 88까지 다양하다. 강남의 미시족(族)이 자주 찾는다는 것이 가게 주인의 설명이다.
3층 화장실 옆 옷가게는 마크제이콥스 스타일의 의류가 많다. 맥시멈리즘을 살린 트렌치코트가 3만8000원, 뉴요커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검은색 카디건을 3만5000원에 판다. 대부분을 자체 제작하므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 많다.
○ 설 연휴 휴무일 미리 챙기세요
동대문에서는 옷을 직접 입어 보거나 오래 고민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소매 상가를 둘러보고 사고 싶은 스타일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 둘 필요가 있다.
제일평화시장에서는 여성의류가, 청평화·동평화시장에는 모자가 많다. 뉴존에는 20, 30대 남성을 겨냥한 캐주얼 의류를 많이 판다. 두타나 밀리오레 지하에는 해외 패션쇼에서 봄직한 의류가 많이 눈에 띈다.
두타는 최근 지하 1층에 ‘두체 존’을 만들고 젊은 신인 디자이너들의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의류의 절반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디자이너 의류’를 구입할 수 있어 20대 여성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은 보통 오후 9∼10시에 문을 연다. 한창 도매 영업 중인 밤 12시는 상인들로 붐빌 시간이니 이때를 넘긴 오전 2∼3시에 가는 편이 낫다. 폐점 시간인 오전 5시를 앞두고 상인들 마음도 조급해져 가격 에누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동대문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의류시장별로 휴무일을 챙길 필요가 있다. 두타는 6, 7일 이틀간 휴무하고 8일부터 정상 영업한다. 밀리오레는 7, 8일, 헬로apM은 6, 7일 쉰다. 디자이너 클럽은 5일부터 10일까지, 제일평화시장은 6일부터 10일까지 쉰다.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