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성 없는 자원전쟁 어디서 活路 찾을 건가

  • 입력 2008년 2월 1일 22시 12분


중국이 “우리 쓸 것도 없다”며 3월까지 석탄 수출을 중단하는 바람에 발전(發電)과 시멘트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입 석탄의 20%를 중국에서 사다 쓰는 판에 재고가 한 달 치밖에 안 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을 멈춰야 할 상황이다. 중국의 석탄 수출 중단은 폭설로 인한 수송난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세계적인 에너지 부족 사태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다.

세계는 총성 없는 자원 확보 전쟁 중이다.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은 물론 철광석 석탄 니켈 같은 희귀 자원 확보 경쟁까지 치열하다. 신흥공업국인 중국 인도 동유럽이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등장하면서 자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자원의 97%를 수입하는 우리 형편에 돈이 있어도 자원을 살 수 없을 처지가 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돈 있는 나라가 부자가 아니라 자원 가진 나라가 떵떵거리는 자원 패권(覇權) 시대다. 사회주의 붕괴로 3류 국가 대열로 떨어졌던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6위라는 에너지 자원의 힘으로 세계 무대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했다. 주기율표상 거의 모든 화학 원소를 갖고 있다는 카자흐스탄의 위상도 한껏 높아졌다.

중국은 풍부한 달러로 유전을 적극 매입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산유국을 돌며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를 펼친다. 우리도 에너지 외교의 무대를 전방위로 넓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차기 정부가 자원외교 강화를 위해 재외공관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세계 네 번째의 석유 수입국인데도 국내외에서 개발 확보한 원유와 가스를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자주 개발률이 4%밖에 안 된다. 프랑스(95%) 이탈리아(51%) 스페인(46%) 일본(15%)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 자원개발 기업들의 매장량 확보율은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에 크게 못 미쳐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우리도 메이저급 자원개발 기업이 필요하다.

그나마 어제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미국 멕시코 만과 아프리카 콩고에서 총매장량 9000만 배럴 규모의 역대 최대 생산 유전 인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반갑기 그지없다. 차기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투자를 외교와 정책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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