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실장이란 자리

  • 입력 2008년 2월 2일 03시 00분


유우익 서울대 교수와 김인종 전 2군사령관이 이명박 차기 정부의 첫 대통령실장과 경호처장으로 각각 내정됐다. 앞으로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이 당선인을 보좌하고 신변 안전을 책임져야 할 두 사람의 책무가 막중하다. 특히 유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직제 변경에 따라 기존의 비서실장 임무에다 경호처 업무까지 관장하게 돼 어깨가 더 무거울 것이다.

대통령실장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너무 정치적이거나 너무 실무적이어서도 곤란하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목표가 제대로 구현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나선다’는 소리를 들어서도 안 된다.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되 튀지 않는 중용(中庸)의 자세라야 성공할 수 있다.

유 내정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성심(誠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권위를 가지거나 앞으로 나서지 않고 조용하게, 그러나 매우 치밀하고 절제되게 대통령을 모실 생각이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과 대통령을 향해서만 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 속에 대통령실장이 챙기고 경계해야 할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초심(初心)이 항심(恒心)이 되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기 바란다.

노무현 정부 5년을 되돌아보면 대통령비서실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관(觀)과 언행이 국정 실패의 발단이긴 했지만, 비서실이 좀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가 멀어지는 것을 막았더라면 청와대가 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뒤흔드는 진앙(震央)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 내정자는 이런 거울에 비추어 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이끌도록 성심을 다해야 한다. 민심에 귀를 활짝 열고, 대통령에게는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 정부의 실패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가 없었기 때문에 깊어졌다. 대통령실장은 참모들이 상궤를 벗어난 처신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내부 기강 확립에도 엄격해야 한다. 대통령실장은 맨발로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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