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으로 특정 인종을 말살하는 인종청소는 나치독일의 유대인 600만 명 학살이 대표적이다. 나치의 망령은 사라졌지만 인종 청소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최근 아프리카 케냐에서 인종청소가 자행돼 희생자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발생한 유혈사태가 계속 악화돼고 있다. 현 대통령이 속한 키쿠유족과 야당 지도자의 핏줄인 루오족 사이에 공격과 복수가 이어지며 1000여 명이 살해되고 30만 명이 피란처를 찾아 집을 떠났다.
▷케냐의 이웃 나라인 수단의 인종청소는 더 끔찍하다. 다르푸르 지역에 살고 있는 기독교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독립을 요구하자 ‘잔자위드’라는 이름의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가 2003년부터 인종청소에 나서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집단 학살극을 피해 고향을 등진 난민은 250만 명이 넘는다. 케냐에서 멀지 않은 르완다에서도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의 살육전으로 100만 명 이상이 학살됐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유엔 주도로 인종청소를 포함한 반인륜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대해서는 시효(時效) 적용을 배제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자고 다짐했으나 학살극을 막지 못하고 있다. 케냐의 참상을 보다 못해 아프리카 53개국 정상들이 긴급대책회의를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동참했다. 인종청소를 종식시킬 해법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착한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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