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토착 자본의 투자 능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외자가 한국 경제를 되살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2002∼2006년 전체 기업에서 늘어난 일자리 10개 중 2개는 외국계 기업이 제공했다. 그러나 건전한 외자 틈에 끼여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투기성 외자도 함께 들어와 상당한 폐해를 남겼다. 뉴브리지캐피털과 칼라일펀드, 론스타가 각각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외환은행을 인수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먹튀’ 논란까지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본보 등 한미일 3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본 출자만 하고 경영은 하지 않으면서 지배권을 갖고 주식 값이 오르면 팔아버리고 하는 그런 투자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자본이라도 정상적인 투자 범위에서 일탈해 시장을 교란한다면 보호 받을 가치가 없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 일각에는 ‘외자 맹신증’이 퍼졌다. 국내 기업이 고심 끝에 투자를 결정하면 삐딱한 시선으로 대하면서 외자가 들어온다면 생산 투자 고용 등 모든 경제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으로 믿는 것이다. 반면에 국내 자본은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金産) 분리 같은 규제에 묶여 역차별을 당했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는 국내와 해외, 금융과 산업의 구분이 불분명한 자본도 많다. 외국 자본도 한국에서는 한국법을 지켜야 하고 어기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외 자본의 차별이나 특혜를 없애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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