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넘치는 폴리페서, ‘학생 피해대책’ 시급하다

  • 입력 2008년 2월 3일 23시 30분


4월 총선의 출마 행렬에 대학교수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거나 출마 의사를 밝힌 교수만 83명에 이르고 머잖아 1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처럼 교수 출신 정치인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현재도 학교를 휴직하고 의정활동을 하는 ‘교수 의원’이 14명이다. 교수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면 본업인 교육과 연구는 뒷전으로 밀리고 피해는 결국 학교와 학생들이 보게 된다.

교수의 정치 참여는 전문성을 살려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없지 않지만 역기능과 폐해도 크다. 한국의 대학경쟁력은 세계 100대 대학에 겨우 1, 2개 대학이 들어갈 정도로 낮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대학경쟁력이고, 그 핵심은 교수들의 학문과 연구 실적이다. 그런데 폴리페서(polifessor)는 학문과 교육의 전당인 상아탑의 물을 흐리고, 학생의 수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총선 때만 되면 폴리페서가 양산되는 것은 교수에게 따르는 신분상 안전장치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더 바랄 것이 없고, 떨어져도 학교에 복귀하면 그만이니 꽃놀이패다. 10년 넘게 정치판에서 활동하면서 교수 신분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교수의 강의를 일시 폐강하거나 시간강사 강의로 땜질하는 미봉책을 쓸 수밖에 없다. 학생들도 피해를 보지만 동료 교수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 낙선해 학교로 돌아왔다 해도 한 번 정치에 관심을 빼앗긴 교수가 다시 수업과 연구에 열정을 바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출마해도 교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출마시 일정 시한까지 소속 기관을 떠나야 하는 공무원 언론인 등 다른 직역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교사는 교육위원에만 출마하려고 해도 교직을 떠나야 한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국공립대 교수들은 사직한 뒤 정관계에 진출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교육공무원법이 준용되는 사립대 교수들도 국립대와 다르게 보호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폴리페서로 인한 피해가 대학과 학생에게 미치지 않도록 제도를 손볼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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