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예금금리 인하에 대해 “시장금리가 급락해 운용수익이 떨어지는 바람에 조달(예금)금리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행태를 보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중은행들 가계주택담보대출의 90%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돼 있다. CD금리는 1일에 연 5.46%로 만 30일 전인 1월 2일에 비해 0.38%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35%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비해 같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 기간 0.9%포인트나 떨어졌다.
은행에 돈을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은 시장금리변동만큼 줄지 않은 반면, 돈 맡긴 사람이 받는 이자만 시장금리 변동 폭에 비해 2.4배나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CD금리에 연동돼 금리 변동이 상당 부분 반영되지만, 예금금리는 전체 조달비용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고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알아듣기 힘든 설명은 작년 말 시장금리가 급등할 때와 비교하면 딱 대칭형이다. 당시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상승폭을 대부분 반영해 올린 반면 예금금리는 적게 올리면서 정반대 논리로 설명했다. 금리 움직임의 방향만 다를 뿐 대응방식은 똑같은 것.
이런 일을 보며 우리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까지 은행들은 주가 상승과 CMA 붐으로 인해 증권사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렸다. 최근에 은행들이 한숨 돌린 것은 순전히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이라는 ‘이웃집 불행’ 덕이다. 금융상황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채 쫓아가기 바쁜 역량이다.
여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하기는커녕 눈앞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자세가 겹쳐버렸다. 이래서는 고객의 마음도, 돈도 오래 머물 수 없다.
이나연 경제부 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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