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극화를 오히려 키우는 ‘배 아픔 病’ 사회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영국 BBC방송이 세계 34개국에 걸쳐 경제적 격차에 불만을 느끼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국민이 86%로 가장 높았다. 평균은 64%였고, 가장 낮은 캐나다는 39%에 그쳤다. 경제적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한국이 유별나게 심한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의 불만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격차 또는 양극화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훨씬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가 작년 3월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스스로 빈곤층이라고 느낀다는 사람이 실제 빈곤층의 2.5배인 55%였다. 경제적 격차에 대한 정서적 불만이 팽배하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지나친 평등의식에서 그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정부가 이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평등과 형평을 강조하면서 국민을 못 가진 80%와 가진 20%라는 이른바 ‘8 대 2’로 편 가르기를 했다. 국민의 ‘배 아픔 병’을 부추겨 수(數)의 정치로 이득을 보기 위한 포퓰리즘이었다.

국민이 양극화에 대해 실제 이상으로 불만을 갖는 증후군은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인도의 이슬람교도 어린이는 언덕 위의 대저택을 바라보며 “아버지, 언젠가는 나도 저런 사람이 될래요”라고 말하지만, 파키스탄의 이슬람교도는 “아버지, 언젠가는 저 사람들을 죽일래요”라며 적개심을 불태운다는 얘기가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두 나라의 어린이가 성장한 뒤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는 대충 답이 나온다. 부자를 증오하면서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배우기 위해 애쓰고, 스스로 신분 상승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이 양극화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국민 정서를 부추기는 정치는 끝나야 하고, 국민도 그런 정치의 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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