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OECD에 가입하고 선진국과 줄서기를 해보니 우리의 양육 및 여성 문제가 턱없이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저출산 사회가 됐다는 걱정스러운 통계도 눈에 들어온다. 이후 양육이 가정만의 책임이라는 낡은 인식과 미비한 보육 정책이 비교적 빠르게 보완되면서 보육시설이 양적으로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부모와 예비부모는 한두 자녀 키우는 데도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다. 결국 양보다는 질의 문제이다. 급격한 양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을 낳게 된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일에서의 질 관리는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2005년 양육 지원을 위한 예산과 조직이 확대되면서 ‘보육시설평가인증’이라는 이름으로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주무부서와 보육시설장, 교사, 학부모의 열성과 헌신에 힘입어 2007년 말 기준 약 40%의 시설이 평가인증에 참여했다. 유치원도 2007년 시범평가를 시작했다.
지속적이고 적절한 평가 없이는 어떤 조직이나 정책도 발전할 수 없다. 보육시설평가인증이 시범실시를 거쳐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평가인증의 타당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보육시설평가인증은 1단계의 평가사업답게 꼭 필요한 요건을 갖춘 보육시설의 수를 늘리고, 보육시설의 물리적 인적 환경의 개선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비용 부담, 업무의 과중함, 오랜 기간의 피로감 등 문제점도 노출됐다. 평가인증 1차 시행시기의 남은 기간에 더 많은 시설의 참여를 유도하고 보육 현장이 평가인증을 좀 더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조력체계가 활성화돼야겠다. 또 탈락하거나 유보 판정을 받은 시설을 집중 지원해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이렇듯 평가인증 과정은 평가뿐만 아니라 평가를 통해 현장이 질적으로 개선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육시설평가인증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들이 앞으로 평가지표를 다변화하고 더욱 현실적인 지원 정책을 이끌어내는 기초가 됐으면 한다. 다음 단계의 평가는 지표의 요구수준도 한층 높아져야 하며, 더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제경숙 경남대 교수 유아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