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무산되면 ‘국제 마이너리그’ 못 벗어난다

  • 입력 2008년 2월 13일 22시 06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우여곡절 끝에 어제 상정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비준안을 제출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저지로 회의장을 바꿔 가까스로 상정했지만 17대 국회에서의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당수 의원들이 비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4월 총선을 의식해 심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 응답한 247명의 국회의원 중 비준 동의에 찬성하는 의원이 53%(반대 22%)나 됐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는 의원은 27%에 불과했다. 내용에 찬성하면서도 총선에서 농민 등 FTA 반대자들의 표를 잃을 것이 두려워 국회 표결에 참여하는 것조차 꺼리는 의원이 많다.

한미 FTA를 통해 두 나라가 시장을 통합하면 경제적 실익(實益)이 클 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국제정치 무대에서 ‘몸값’이 올라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국과 FTA를 순조롭게 발효할 경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 중국 일본 등 주변 강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반대로 한미 FTA가 무산되면 한미 동맹의 복원 및 질적 강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 ‘한 단계 낮은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국내 정치세력들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려서 어떤 득을 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의 교본으로 불리는 ‘아미티지 보고서’(2007년 3월)는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미일 FTA 체결을 적극 권장했다. 미일 FTA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국제정치적 의미가 더없이 크다는 관점에서 나온 권고다. 한국이 일본에 앞서 미국과 FTA 협상을 마치고 양국 의회의 비준 동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FTA 경쟁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앞지르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미 의회의 비준 동의를 순조롭게 끌어내기 위해서도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 동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친다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개발도상국 그룹인 ‘마이너리그’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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