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집구경 하지말고 집을 사라니…”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청약전 모델하우스 공개 금지에 수요자 분통

최근 경기 용인시 성복지구와 신봉지구에 잇달아 모델하우스가 들어서고 있다. 9000채의 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에 사는 김상훈(40) 씨는 최근 이곳의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러 갔다가 헛걸음만 했다. 모델하우스 입구에 ‘관람 금지’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

김 씨는 분양 관계자에게 “모델하우스를 봐야지 청약을 할지 결정할 수 있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그러자 분양 관계자는 “우리도 보여드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며 되레 하소연을 했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2006년부터 분양 과열의 우려가 있는 곳은 청약 전까지 모델하우스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인시와 파주시는 지난해 분양한 파주 교하신도시와 용인 동천지구 및 신봉지구 일부 아파트에 대해 모델하우스 공개를 금지했다.

이곳뿐이 아니다. 판교신도시도 청약 이전까지 모델하우스 공개가 금지돼 있다.

김 씨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물건(아파트)을 사면서 물건도 보지 말고 사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A아파트의 경우 청약 후 당첨된 사람 가운데 모델하우스를 보고는 계약을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단 청약을 한 뒤 막상 아파트 내부를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용인 동천래미안을 분양받은 박모(42) 씨는 “청약한 뒤 모델하우스를 방문할 때 실내 구조가 내 마음에 들기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랐다”고 말했다. 사기로 한 물건이 좋은지를 뒤늦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1만 채를 넘어섰다. 수도권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대거 쏟아지고 있으며 용인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누가 봐도 청약 과열의 우려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모델하우스 공개를 금지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분양업체의 한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공개를 금지한 공무원에게 ‘당신도 집 구경도 하지 말고 집을 사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은우 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