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이면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리니지’가 서비스된 지 만 10년이다. 그동안 리니지와 리니지2로 번 돈이 1조6000억 원. 수출 자동차 8만 대 값이다. 넥슨이 개발한 ‘메이플스토리’도 58개국 76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해 3년간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게임은 한번 개발하면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매출액이익률이 제조업에 비해 5배 이상 높아 짭짤하다.
그런데 ‘게임 강국(强國) 코리아’를 버텨내는 업계의 두 다리가 무척 약해졌다. 당장 작년엔 중국산 게임 ‘완미세계(完美世界)’에 국내시장을 많이 내주고 말았다. 한국을 배운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한국어 통역을 데리고 국내 게임업체를 찾는 중국 방송계 거물들도 내년이면 안 올 것이란 말이 들린다. 비디오 게임 등의 분야에선 미국과 일본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온라인 게임은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샌드위치’가 따로 없다.
업계는 작년 80여 종의 신작 게임을 선보였지만 히트작은 내지 못했다. 성공작이어야 가능한 정액제(定額制) 게임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 건도 없었다. ‘야구로 치면 노히트 노런으로 끌려가는 꼴’이고 ‘3년째 국내시장에서 부진한 것을 해외시장에서 때우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게 업계 자평이다.
그 이유로 업계는 우선 외부 요인을 꼽는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4일 문화산업으로는 처음으로 게임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업계는 정부의 예산 푸대접과 미흡한 지원대책을 거론했다. 실제로 게임산업의 추락은 3년 전 ‘바다이야기 사건’ 탓이 크다. 게임이라면 모두 사행성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에서 정부도 업계 지원에 주춤했다. 중국은 게임 수출업체에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각종 지원을 늘리지만 우리는 제조업보다 세제지원이 부실하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했지만 업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업계가 지금 지쳐 있다”고 진단한다. 게임 개발비가 모자라 중국 업체에 손을 벌리는 형편인데 게임개발기금 조성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굴뚝산업과는 달리 중소 게임업체의 수출을 도와줄 기관도 없다.
업계 내부의 자책도 들린다. ‘3년 공들여 제품을 선보이고 사흘이면 복제품이 나온다’는 푸념이 여전하다. 게임에 대한 나쁜 인식도 업계가 자초한 게 대부분이다. 툭하면 피가 튀는 장면을 자녀에게 자주 보여주려는 부모는 많지 않다. 밖으로는 ‘게임은 기술과 문화를 접목한 복합상품’이라고 선전하면서 속으로는 돈 계산에만 바쁜 업계 풍토에 대한 내부 비판도 있다.
세계가 한국 같은 게임산업을 못 가져 난리다. 업계의 자력갱생 의지와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이 맞물리면 게임 강국으로 장기 집권할 수 있다. 정부 지원 없이, 짧은 기간에 세계 1위에 올랐고, 앞으로도 유망한 산업은 온라인 게임이 유일하다. 정부도 ‘특별한 산업’은 특별하게 대우해 줘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