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악을 가르칠 국가지정 인간문화재는 겨우 199명밖에 안 된다. 또 국가 차원의 예능과 기능을 보유한 이들 전문인에게 우리 고유의 무용, 소리, 악기, 풍악을 보존 전승하라면서 국가가 주는 활동비는 월 100만 원 정도다.
이런 극소수의 인원으로 어찌 7000만 명을 맡아 가르칠 수 있고, 그 돈으로 인간문화재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제자 양성과 수련 품위 유지 등의 보존 전승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가족과 건강을 보살피면서 일생 동안 오로지 예능의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가란 말인가.
인간문화재 밑에서 그들의 예능과 기능을 배우고 있는 차세대 예술인들의 처우나 보장은 더 열악하다. 이런 이유로 무형의 국력 자원이 매일 사라지고 있다.
또 국악에는 사직을 같이해 온 궁중악과 역사를 함께해 온 민속악이 있다. 전자는 국립국악원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후자는 국립 기관 하나 없는 처지다. 국악은 세종대왕 시절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전악, 아악 등 각종 음악을 독창적으로 정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궁중악과 민속악을 수호 전승시키는 데 소홀했다는 게 나만의 느낌일까. 현재 국악은 불과 연간 300여억 원으로 정통성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간 700여 건의 지방에 흩어져 있는 각종 예술제를 한곳에 모아 국가 무형동력으로 용출시킬 수 있는 대형 공연장도 하나 없는 형편이다. 고작해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에 700석 남짓한 예악당, 우면당이 있을 뿐이다.
국민 일상생활의 원동력은 살맛과 재미를 부르는 신명에서 나온다. 신명은 국민 생활의 무형동력으로서, 한국의 풍악인 국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필자가 만든 국산 무술 ‘뫄한머루’의 동작도 어쩌면 국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내외에서 한류(韓流)를 많이 얘기하지만 세계를 향한 진정한 한류는 국악에서 찾아야 한다. 국악 부문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악인은 물론 모두의 신명을 돋운다면 전통예술이 국가 발전의 확실한 동력이 될 것이다.
하정효 한국전통민요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