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승주]민족 울타리 뛰어넘는 새 통일정책 만들자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민족, 민족주의란 원래 다른 정치이념과 잘 결합한다. 일본 야마토 정신과도 결합하고, 나치즘, 파시즘과 결합하기도 했다.

심지어 김일성 주체사상과도 결합해 우리 역사를 동강내고 있다. 반면에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약소국의 독립운동과도 결합했고, 근대화 에너지와 결합했다.

민족주의를 일생 동안 연구한 한스 콘은 민족족의의 이런 양면적 특징을 ‘야누스적 특징’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민족주의는 독립운동과 결합했고, 민족중흥이라는 근대화 에너지와 결합했다.

새 정부 설계사들은 글로벌 코리아의 비전 속에 ‘민족’과 ‘통일’이란 우리 역사의 특수한 명제를 어떻게 결합시키고, 위치시킬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분단 60여 년 동안 대다수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는 민족과 통일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지난 10년의 남북관계 변화 속에서 민족, 통일은 국내 정치의 복음처럼 사용됐다.

글로벌 코리아 시대에도 이런 민족과 통일의 결합된 통념을 유지해야 할 것인가? 이제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 ‘민족공동체’를 넘어 글로벌 코리아에 맞는 ‘한반도공동체’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민족 구성원의 질적 변화이다. 우리 농촌과 산업현장에는 순수 혈통주의 관점에서 우리 민족이 아니었지만 운명체적 관점에서 같이 민족이 된 국민이 상당수 있다.

둘째, 전략적으로 민족을 강조하는 것보다 민족을 초월하는 것이 통일에 유리하다. 소수민족 문제로 국가 분열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 등 주변 국가는 우리가 민족을 강조할수록 자국 영토에 사는 코리안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경계할 것이다.

셋째, 닫힌 민족주의로는 글로벌 코리아를 건설할 수 없다. 글로벌 코리아를 건설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같은 민족 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봐주고 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닫힌 민족주의’로는 안 된다.

글로벌 코리아를 건설하면서 통일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남북에 실재하는 경제·정치적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2200만 명이 거주하며 경제 규모가 200억 달러 남짓한 북한과 4700만 명이 거주하며 경제 규모 1조 달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단기간에 주민들의 대등한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대등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역사 발전 단계에서 볼 때 한국은 선진화된 국가 체계로 이행해야 하고 북측은 초기 산업화와 문명화를 시작해야 한다. 남북 양측의 차별되는 국가발전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해 체제의 유사성을 확대하는 노력과 목표를 새로운 통일 방안에 담아야 한다.

1994년 내외에 발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건설’이라는 단계적 통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시대 여건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통일 노력과 과정이 우리의 선진화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고, 북측 체제의 문명화와 개혁개방을 지연시켜서도 안 된다. 이제 민족을 넘어서야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글로벌 코리아 비전과 조화되는 새로운 ‘한반도공동체’ 통일 논의가 필요하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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