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조직 ‘역겨운 흥정, 누더기 개편’

  • 입력 2008년 2월 15일 22시 56분


새 정부 조직 개편을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작고 유능한 정부를 위해 현행 18부 4처를 13부 2처로 통폐합한다는 인수위 개편안은 이미 골격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가 흥정을 거듭하면서 새 정부 조직은 누더기가 돼 가고 있는 상태다.

정부 조직에 모범답안이 없다고는 해도 원칙과 명분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 협상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럴 바에야 4월 총선 민의에 따라 새 국회가 정부 조직 개편안을 처리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정부 개편은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무리한 햇볕정책 추진으로 왜곡된 남북관계를 바로잡겠다며 외교통상부에 통합하기로 한 통일부를 존속시키기로 신당에 양보했다. 통일부 폐지는 소문대로 협상용 카드였던 셈이다. 신당은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에다 농촌진흥청까지 살려 둬야 한다고 버틴다. 효율적인 국정 운영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여성과 농어민의 표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조직의 존치가 합리적 통폐합보다 무조건 좋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많을까. 큰 정부를 유지하는 비용은 다 국민 부담이다.

여야 협상 대표들은 그제 ‘여성가족부 존치, 해양수산부 폐지’라는 절충안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신당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과학기술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여성부는 살리면서 과학기술부를 다른 부(部)들에 나누어 붙이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와 경제 살리기를 위해 과기부보다 여성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신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제때 마치고 25일 새 정부를 정상 출범시키려면 양보하라고 한나라당 측을 압박한다. 파업 시간표를 정해 놓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를 연상시킨다. 신당은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새 정부에 대한 견제력 과시를 ‘새로운 선명 야당상(像)’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런다고 총선에서 표를 더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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