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장관’ 경력만으로 ‘경제 내각’은 아니다

  • 입력 2008년 2월 15일 22시 56분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組閣)에서 이런 국민의 기대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경제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비율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은 것이 두드러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경제 부처에 발탁한 것이나 경영학 전공의 대학 총장 출신에게 교육과학부를 맡기려는 것도 주목을 끈다. 내각 구성원의 경력과 경륜으로만 본다면 ‘경제내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 분야 사람들을 많이 모았다고 절로 경제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밖에서 쌓은 경력이 정부 안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물이 다르고 역할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

새 각료 후보들은 과연 다수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관료 조직의 노련한 ‘장관 길들이기’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과거 정부의 관료 출신 장관은 관치 일변도의 체질로 바람직한 변화를 발목 잡을 우려도 있다. 그저 모양만 그럴듯하게 조직을 꾸려 가는 것만으로는 성공한 정부를 만들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과제는 ‘작지만 전문성 있고 강한’ 정부,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는 것이다. 새 장관들은 이를 구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인적 구성만 봐서는 구태와 규제에 젖은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새 장관들은 조직의 구석구석을 살펴 곰팡이가 낀 곳은 과감히 긁어내고, 불필요한 기능과 규제를 털어내야 한다. 혜안과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섬기는 정부’를 말로만 되뇌어선 소용없다. 규제를 혁파하고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돌려주겠다는 당선인의 초심을 관철하는 것이야말로 친(親)시장이고 국민을 섬기는 길이다.

행정 수요자이자 경제 주체인 국민과 기업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이끌어 내는 것도 새 내각 몫이다. 그동안의 좌파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통찰하고, 국민 개개인의 이기심과 공동체의식을 함께 자극할 정책수단들을 찾아내 정교하게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하는 장관,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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