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소액대출은 P2P로 ‘빠르게’ 이사회는 운동하며 ‘흥겹게’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6분


인터넷에서 개인들이 파일을 공유할 때 활용하는 ‘P2P(peer-to-peer) 기술’이 미디어는 물론이고 금융 및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최고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2월호를 통해 ‘P2P 기술’ 등 ‘2008년을 이끌 혁신적 아이디어’를 선정해 발표했다.

P2P 기술 발전으로 대중이 블로그나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각종 정보를 서로 교환함에 따라 신문이나 방송 등 기존 미디어 산업은 이전보다 위축되고 있다. 실제 P2P를 포함한 뉴미디어가 부상하면서 미국 4대 신문사 주가는 지난 3년간 10∼50% 하락했다.

특히 선진국에서 P2P 기술을 활용해 개인들끼리 소액 대출을 해 주는 이른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미 ‘Kiva.org’ ‘Prosper.com’ ‘LendingClub.com’ 같은 웹사이트에서 마이크로 뱅킹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뢰하는 지인들에게 안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HBR는 특히 P2P 기술이 에너지 산업에도 위협적 존재라고 분석했다. 자택에서 태양발전 설비 등을 갖추고 전력을 생산해 P2P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 발전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훨씬 효율이 높은 차가 등장하면 운행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전기를 저장해 판매할 수도 있다.

HBR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의사와 정치인들에게서 각각 의사결정 및 반대파 설득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유명한 의사라도 ‘오진(誤診)’할 확률이 있는 만큼 자기의 진단 내용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직접적인 비판을 허용하는 임상 회의를 진행한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좋은 성과를 낸 CEO들도 자만에 빠질 경우 기업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도 의사들의 ‘오진 예방’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CEO들은 정치인들에게서 반대파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실내 흡연 금지 정책’이 추진되자 미국 담배업체들은 ‘건물 내 공기 정화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담배업체들은 실내 공기 악화의 주범이 카펫이나 새 빌딩 증후군 등 담배 이외의 요인이라는 사실을 홍보했다. 이런 노력으로 실내 흡연 금지 정책의 시행은 몇 년간 연기됐다. 정치인들이 기존 논쟁의 구도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전형적인 ‘비껴가기 전략(deflection strategy)’을 적절히 구사한 것이다.

‘시간’이 아닌 ‘업무 성과’로 보수와 승진을 결정하는 것도 경영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꼽혔다. 농업 경제 시대만 해도 농민들은 시간이 아니라 성과(농작물 생산량)를 기초로 보수를 받았다. 이후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과학적 경영이 도입된 후 근로자에 대한 보상 기준이 시간으로 변했다. 하지만 지식 경제 시대를 맞아 나이 든 근로자들보다 훨씬 빨리 업무를 완수하는 젊은 근로자들이 등장하면서 업무 성과를 토대로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근로자들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40% 이상의 IBM 직원들은 사무실 고정 좌석 없이 근무하고 있다. 또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직원 4000명 중 60% 이상은 업무 성과만을 고려해 보수를 지급받는다.

미래의 이사회는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보다 운동 시 학습 속도가 20%나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운동을 할 때 뇌 활동이 훨씬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분자생물학자인 존 메디나 박사는 “트레드밀 위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고 직원들 책상 밑에 실내 자전거가 구비된 뇌 친화적 일터에서는 생산성이 마술처럼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HBR는 이 밖에 거짓말 탐지 기술, 사이버 범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소셜 네트워킹의 힘, 정직한 사람들의 속임수 등도 경영자들이 고려해야 할 아이디어로 꼽았다. 2008년을 이끌 혁신 아이디어의 자세한 내용은 HBR의 독점 제휴 매체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호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호(2월 14일~25일)에 실린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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