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됩니다. 각국 통계청 홈페이지를 일일이 뒤져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에 국제비교 자료를 요청했더니 담당자로부터 이런 답이 돌아왔다. “외국에서도 이런 비교는 잘 안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국가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통계수치가 잘못됐다는 점이 드러날 때마다 시정을 약속하지만 그때뿐이다.
수치의 오류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부실한 통계 운용이다. 부실한 통계를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오진(誤診)을 근거로 대수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실의 대표적인 예가 국제비교가 안 되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운영이다. 현재 통계청이 제공하는 국제통계는 국가 면적, 인구, 국민총생산, 물가지수, 임금 수준 등 거시지표가 대부분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취약하다.
이래서는 정교한 정책 수립이 어렵다. 개인의 소비패턴이 선진국과 같은지 다른지조차 모르는데 내수가 정상궤도에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소비지출 항목별 비중을 산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면 차이점을 명시해 통계 활용 시 감안하도록 해야지 기본 자료조차 확보하지 않는 건 국가통계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어떤 민간기업 직원이 경쟁사의 공개자료 정보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다고 하자. 그는 곧 해고되지 않을까.
조사 방식도 문제다. 같은 조사를 이중으로 해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통계청은 한국고용정보원이 산업 및 직업별 고용구조를 조사하고 있는데도 같은 내용의 인력실태조사를 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내놓는 주택담보대출 수치는 조사대상이 ‘시중은행’과 ‘은행+2금융권’으로 서로 다른데도 기준을 조정하지 않고 발표해 혼선을 빚는다.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영국 총리는 “세상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통계의 함정을 지적한 말이다. 현 상태로는 이 함정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는 국가 정책 수립의 기초다. 통계 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게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적)’ 정부의 첫걸음이다.
홍수용 경제부 legm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