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북한 핵실험 다음 날인 2006년 10월 10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기존 추정치(10∼14kg)보다 훨씬 많은 최대 50kg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핵무기 6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며칠 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장이 “북한이 핵무기 5, 6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히자 윤 장관은 “국방부의 공식 견해와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후 회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방부는 그해 말 발간한 국방백서에 북한의 플루토늄 예상 보유량을 40∼50kg으로 고치는 등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뒤늦게 공개했다. #장면2.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 장사정포의 위협을 놓고 군 수뇌 간 ‘엇박자 답변’이 논란이 됐다. 윤 장관은 “포격 징후가 보이면 6∼11분 내 격파할 수 있다. 위협 수준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 했지만 김종환 합참의장은 뒤이은 답변에서 “서울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좌파정권 10년간 군 당국이 북한의 위협 실상을 축소하느라 ‘애쓴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꽃다운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6·29 서해교전은 그 ‘결정판’이었다. 교전 발발 2주 전부터 계속된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대해 언론에서 ‘경고음’을 울렸지만, 군 당국은 한 귀로 흘려버렸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남한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군 통수권자의 호언장담에 부응하듯 국방부는 각계의 비판과 우려를 무시하며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삭제했다. 현 정부에서 군 수뇌를 지낸 한 인사는 “‘민족공조’에 매몰된 정부 때문에 북한의 위협 실상을 모른 채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을 볼 때면 죄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국방부는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의 군사적 위협 실체를 공개해 안보 의식을 고취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18일 새 정부의 국가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군이 10년간 흐트러진 안보 태세를 다잡고 안보 현실에 대해 직언(直言)해야 할 때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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