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略에 치여 ‘누더기’ 된 정부조직개편

  • 입력 2008년 2월 20일 23시 01분


통합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가 어제 해양수산부 존치 주장을 거둬들임에 따라 한 달 넘게 국민을 걱정시키던 새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이 마무리됐다.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이 좀 지체되긴 하겠지만 심각한 국정공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국가운영의 기본 틀인 정부조직이 국리민복이나 국가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정략적 협상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에서 헌정사에 나쁜 선례를 하나 보탠 꼴이 됐다.

통폐합 대상이었던 통일부와 여성가족부가 살아나면서 새 정부의 조직은 13부에서 15부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의 크기도 크기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처음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때 밝힌 취지와 배치돼 ‘누더기’라는 평가를 면할 수가 없다.

통일부만 해도 그렇다. 애초 인수위는 “북한 정보 수집 및 분석 등을 국가정보원으로 일원화하고 남북경협을 경제부처에서 맡으면 통일부에 남는 인력은 불과 27명밖에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27명을 위해 통일부란 별도의 간판을 꼭 달아야 하는가.

여성부도 “여성정책이 가정 및 성 폭력 피해자 보호, 남녀 불평등 해소 차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책수단이 많아져야 하므로 보건복지부와 통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따라서 여성부 존치는 이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된다.

민주당은 “여성부는 양성평등이라는 김대중 정부의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존치되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총선을 의식하고 협상했음을 보여 주는 말이다.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면 정부조직을 확 더 줄이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더 늘리겠다는 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다시 구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구축을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개편안을 보면 아직도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느낌이다. 특임장관만 해도 1명을 둘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인수위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하니 헷갈린다.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도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도 ‘누더기 개편’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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