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용옥]손상된 안보기틀 회복 시급하다

  • 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인가, 아니면 ‘되찾은 10년’인가. 보는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햇볕’ 주창자들을 비롯한 좌파적 진보주의자들에게 지난 10년은 분명히 되찾은 10년일 것이다.

그간 남북 간 두 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해 총리회담, 국방장관 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회담, 장성급 회담 등 각급 남북회담이 연이어 열렸고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상호 방문 등 교류·협력사업에 괄목할 변화도 있었다. 이들은 이를 남북 화해와 평화의 전조로 간주하며 항구적 한반도 평화의 도래와 민족통일의 조기 실현을 꿈꾼다.

반면 우파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지난 10년은 분명히 잃어버린 10년이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 찬양, 연방제 통일 주장, 북한의 대남 선전구호 복창 등 반국가적 주장이나 행위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돼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까지 조성됐다. 이들은 이런 급속한 좌경화 현상으로 오늘의 안보 국방의 난맥상이 초래됐다고 느낀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남북관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관련한 정반대의 시각이 병존하는 국론 양극화 현상을 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안보·국방 상황 인식에도 양극화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객관적 현실을 바탕으로 한 방향으로 수렴돼야 한다.

즉, 북한 체제의 속성, 남북한의 상대적 군사 역량, 군사적 대치 상태 및 군사 태세, 주변 군사 동향 등 객관적 관점과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이해돼야 한다. 또 관련 정책 과제와 대책도 안보 위협 상황의 객관적 평가에 의해 설정되고 추진돼야 한다.

우리의 대북 군사 태세가 북한 지도부의 대남 군사 도발 ‘의지’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도 안 된다. 또 북한과 대화를 통해 군사 신뢰 관계를 ‘제도화’했다고 해서, 또는 상호 불가침을 선언했다고 해서 우리의 군사 대비 태세를 낮춰서도 안 된다. 대북 군사 태세는 북한의 군사 역량, 대남 군사 태세 및 동향 등 객관적 현실에 대한 평가에 따라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의 안보·국방 환경은 현저하게 손상됐다. 북한 핵실험을 보면서도 노무현 정부는 전쟁 억지력의 중추인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했고 2012년 4월 17일자로 해체하기로 미국 측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또 남한 사회의 급속한 좌경화 현상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안보 환경 파괴 요인이다. 오늘의 안보 난맥상은 분명히 지난 10년, 특히 지난 5년 참여정부가 끈질기게 추구한 대북 유화 정책과 이에 안보·국방 정책을 종속시킨 결과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이제 막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수행해야 할 기본 책무는 자명하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손상된 우리의 안보·국방 기틀을 조속히 회복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이 일에 관한 한 현재 이념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국민 여론을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일이다.

이 기본 책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돼야 새 정부가 대북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북핵 문제의 해결도, 한미동맹의 복원 및 강화도 실현될 수 있으며 나아가 역내에서의 전략적 위상도 높일 수 있다. 새 정부는 이 기본 책무에만 충실해도 지난 대선에서 보인 국민의 선택에 보답하는 것이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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