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최한 출입기자들과의 송별 오찬에 들러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대’에 서는 것과 ‘얼굴에 화장’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대통령은 항상 무대 위에 서서 화장을 함으로써 특별한 긴장과 연기를 계속했어야 했는데 이제 안 해도 돼 기분이 좋다”며 홀가분해했다.
참여정부호(號)가 5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종착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가장 힘든 춘추관(春秋館)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는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의 표현처럼 청와대 기사송고실인 춘추관은 5년 내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분주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다거나, 정치권과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 속에도 불구하고 김 전 원장의 사표를 27일이나 유보하는 ‘통념 밖의’ 일들도 끊이지 않았다. A4용지 40쪽을 넘기기 일쑤인 노 대통령의 연설과 특별강연에서는 “그놈의 헌법” 같은 거친 말들도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천 수석은 22일 정례 브리핑을 마감하는 고별사에서 “어느 하루도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고, 어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며 “때때로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통념과 충돌하고, 여론을 거스르는 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변화와 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참여정부의 항로는 험난함 그 자체였다. 참여정부에 대한 성적표가 나온 작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이후 청와대는 나날이 스산해졌다.
하루 4, 5개였던 대통령의 일정은 1주일에 1, 2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통령 참모들의 이삿짐이 나가고, 비서관용 휴대전화 전원이 끊기고, 춘추관 곳곳에 걸렸던 노 대통령의 사진들도 22일로 모두 떼어졌다. 며칠 전부터 춘추관에는 낯익은 얼굴들 대신 새 정부의 ‘춘추관 식구’로 내정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끝까지 대통령의 곁을 지킨 참모들은 대부분 “당분간 푹 쉴 것”이라고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착잡함과 안타까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5년 동안 한결같이 청와대를 지켰던 천 수석도 “아무런 계획도, 오라는 곳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나 참모들은 ‘코드 인사’와 보수-진보 편 가르기, ‘언론 대못질’ 등 참여정부의 실책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노 대통령 스스로 잘잘못을 고백하는 것도 한 방법 아닐까.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끝을 지켜본 출입기자들은 퇴임을 앞둔 노 대통령에게 보낸 영상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지만 역사는 언젠가 참여정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이제 노 대통령은 ‘자연인 노무현’으로 돌아간다. 퇴임 후 귀향하는 첫 전직 대통령이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성공한 전직 대통령의 새 문화를 만들어 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경제 기자
구독
구독
구독